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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land Nightmare 플레이로그 백업
밥풀떼랑
2020. 6. 12. 09:29
첫 키퍼리스였습니다...! 아주 편했어요. 시간조정도 할 필요없고, 준비도 간단하고..특히 이 시나리오는 지능 및 듣기 정도만 주사위를 맞추면 됐던 거라 훨씬 편했습니다.. 키퍼 따로두는 1인 시날로도 개변 가능 하던데 그럴 의향 만땅~
원본 시날은 아래 링크에~
https://promenade-mer.postype.com/post/4139528
20200611
너의 절망을 말해보렴,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테니.
Wonderland Nightmare
악몽을 꾼 것 같습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고,
희미한 절망이 당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아침입니다.
오늘도 변함 없이 무신경한 하루입니다.
그때, 가벼운 바람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스쳐갑니다.
당신의 귀 속에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거리의 소음이 잔뜩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창문을 열어놓고 잤던가요?
당신은 바깥을 바라봤습니다.
그 순간 귓가의 소음이 순식간에 멎어버림과 동시에,
당신의 시야에 자리한 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던,
이질적인 거리의 풍경입니다.
1.
흐릿하게 형체가 잡혀있지 않은 사람들과,
형연할 수 없는 색으로 뒤섞인 하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분명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는게 분명해요.
질식당할 것 처럼 무거운 공기가 당신의 몸을 짓누르고,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의 압력이 목에 가해지고 있습니다.
마치, 누가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꿈에서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이 의아해하는 순간,
불안정하게 일렁이던 사람들이 동시에 뒤를 돌아봅니다.
당신의 발 아래가 붉은 꽃잎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덩달아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소름끼치게 높은 목소리가 귓가로 밀려들어옵니다.
" 뒤를 돌아보면 안 돼. "
▶ 지금부터 뒤를 돌아보면 END 1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고,
모두가 당신의 뒤에 있는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세상이 천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2.
무너지는 세상은 소름끼치게 아름답습니다.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랐고,
곧이어 시들어버린 그것들은
붉은 꽃잎으로 변해버립니다.
빨려들어갈 정도로 아름답고 무서운 풍경이
당신의 눈동자를 비추고 있습니다.
모두가 뛰고 있었지만,
당신은 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꿈이잖아요.
꿈인데, 뛰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에게로 집중됩니다.
모두의 시선이 하나로 모이자 그들이 입을 모아 울부짖습니다.

기준치: | 49/24/9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너만 꿈이잖아! "

이해할 수 없는 충격이 몰려든다. 꿈이라고만 여겼던 곳이 그들에게는 현실이요, 고통이다.
그들은 현실을 잃는 것이 무서워 저리 뛰는 것일까,
나는 잃고 싶은데,
나는... 꿈에서 살고 싶은데.
이곳이 오히려 천국이 아닌가.

그것이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니던가?
"도망쳐야겠다."
"어디로...도망치지?"
한번도 도망쳐본 적이 없어, 이리 재능이 없는 줄은 몰랐다. 내 뒤의 무언가가 부디 나를 쫓아오면 좋으련만.
사람들이 완전한 검은색 형체로 변해갑니다.
모두가 당신을 쫓고 있습니다.
도망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디로?

저것이라면 도망자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줄까?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고, 팔이 요동친다.
"잘 보이도록 직진을 하는 게 맞겠지."
모든 것이 꽃잎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꽃 향기가 지독하게 당신을 옭아매고 있어요.
향기가 너무 지나쳐요.

내 몸에서 나는 향기로도 충분한데, 주변의 냄새는 향수병이라도 깨진 것처럼 머리가 아프다. 목이 답답하고, 폐는 증발된 향수로 꽉차버렸다.
"숨이 막혀."
"잘못 왔나봐."

무엇 하나 뜻대로 되는게 없어.
그냥 빨리 깨고 싶어졌다. 몇 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이 파라다이스라며 칭찬하더니, 7살 짜리 아이처럼 금방 변심해 투정댄다.
집에 가고 싶어요.
머리가 아프고, 목이 답답해요.
숨이 막혀.
숨이 막혀서 이 곳에 있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군가 당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감히 누군가 자신을 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않고, 뿌리치지 않았다. 해보라면 해보라지, 난 어떤 공격에도 죽지 못했는데. 그 누구도 날 해하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이 놈이 자신을 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당신의 팔이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해요.

윽, 하고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검게 타들어가는 팔을 믿을 수 없어 흔들리는 동공으로 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봐. 네가 있는 곳을. 그곳만 꽃이 아름답잖아, 네가 이 꿈의 주인이잖아! "

무슨 소리일까요.
당신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확실히…
사람들이 서 있는 곳에서만 흙 냄새가 나고 꽃이 죽어있어요.
꽃은 당신이 있는 곳에만 피고 있습니다.
이상해요.
누군가가 당신의 옷을 당기는 것이 느껴집니다.
붙잡혀 있던 사이,
사람들이 당신을 따라잡은 모양이예요.

낮은 자들이 제 몸을 함부로 만지며 애원하는 목소리들에 질린듯 탁, 뿌리치고 한 걸음 물러섰다.
당신 때문이라며 탓하는 목소리,
데려가달라고 울부짖는 목소리,
마지막이라며 안심하는 목소리….
어지러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당신은 모든 것을 뿌리치고 다시 뛰었습니다.

문득 아까 자조하듯 흘려말했던 문장이 기억났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건드리지 말라고 또 도망가는 꼴이라니. 줏대없이 흔들리는 꼴이 같잖았다. 잡히려면 끝까지 잡혀서 그 사람에게 머리끝까지 태워지던가, 도망가려면 잡히지 않고 끝까지 도망가야할텐데.
"끔찍하군."
뛰려다가도 몇 걸음 가지 못하고 그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설 뿐이다.
당신이 뒤로 한걸음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모래 시계를 뒤집듯,
세상은 간단하게 세워지고 부서졌습니다.
어떻게, 더 이상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당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천천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빛이 들지 않는 희미한 절망이 떠올라요.
플로리 지능판정.

기준치: | 90/45/18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순간 피가 차가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무언가]가 뒤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도망갈 곳이 없는걸요.

당신은 꿈에서 깨기 위해 눈을 감았습니다.
그를 맞이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근데, 이 꿈…익숙하지 않아요?
분명 저번에는 돌아보겠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이번 꿈에서는…
당신을 뒤쫓는 공포가 무엇인지,
돌아보기로 했잖아요.

이전의 일이 떠오른다. 분명히, 이전에 도망칠 때, 그것이 무엇인지 보기로 했었다.
어쩔 수 없는 호기심이 고개를 디밀었다.
이 [누군가]는 과연 무엇인지,
무어가 그리 간절해서 날 뒤쫓는지.
결국, 고개를 돌려 돌아본다.
등 뒤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을 쫓던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그 생각에 도달하자 눈이 강제로 뜨여집니다.
이 곳은 건물 옥상이네요.
그제야 떠올려버립니다.
꿈 속의 사람들이 왜 세계를 부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지,
왜 자신이 이런 꿈을 꿨는지 조차 말이예요.
지금 이 곳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었잖아요.
모두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를 부수려고 직접 이 곳에 찾아온 거 아니었나요.
…하지만 지금까지 당신을 쫓던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잖아요.
네, 맞아요.
저한테는 당신을 말릴 권리가 없어요.
그래도…오늘만은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는 있잖아요.
이제부터 당신은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을,
자신에게 건네야만 합니다.
할 수 있겠어요?

마른 줄 알았던 눈물샘에서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어째서, 드디어 죽을 수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나는 죽고싶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에서 타인의 머리 꼭대기에서 사는 일은 너무 고통스러웠으니까.
그래서 눈을 감았다.

도망치던 사람들...
그들은 나의 자살시도에서 도망치려던 걸까.
그들에게 현실은 나였을 텐데, 내가 상상하던 것이었을 텐데, 내가 죽으면 그들의 현실은 무너지겠지.
하지만 이는 내가 항상 하던 일이 아니었나?
항상 약하고 힘이 빠진 이들을 몰살시키고

그들이 얼마나 살고 싶어했든, 난 등을 돌려 눈을 감을 수있다.
도망치던 사람들의 현실이 나의 꿈이라고 해도,
내 알바가 아니다.
"오늘, 내일...다 거기서 거기겠지. 아니, 난 오늘 저지를거야."
나의 죽음에 미안할 이도 없으니,

당신은 끝내 말을 건네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말릴 수 있는 건 당신 하나밖에 없었잖아요.
그치만, 당신의 죽음은 세상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걸요.
당신의 목숨, 당신이 올라와 있는 이 옥상,
심지어는 밟고 있는 단단한 땅 마저 모든 것이 불완전하잖아요.
언제 부서지고 갈라질지 모르는 불확실함에
발을 딛고 있는 주제에,
확실한 죽음에 몸을 내던지려고 하다니.
그렇지만 인생에서 한 번 쯤은 확실한 것에 걸어 보고 싶을 때가 있는 거예요.
당신은 당신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는….
PC 로스트
20200611
5:24PM
Wonderland Nightmare
END 2: 악몽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