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hattered Life: nosleep: by u/M59Gar]부서진 인생 (2)
*전 편 보다는 더 조금 번역했네요...담 편 또 금방 올리겠습니다! 해당 번역물은 원작자님의 번역 허락을 받은 작품이오니 퍼가기, 도용등 1차 저작권과 2차 저작권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합니다.*
원문: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7txais/a_shattered_life/
부서진 인생 (2)
제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처럼 떫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종이 한 움큼을 제 손에 쥐어주며 말하기를, "제 첫 소설 원고에요. 한 번 읽어보고 어떤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아, 그렇군. 물론이지. "아직도 작가가 되고싶나 보구나?"
"노력은 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면서도 손자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습니다.
"좋다. 지금부터 읽을 테니 그동안은 잠시 어디 가있어도 좋단다." 몸에 흘러간 세월 탓인지 글자들은 부얘보여서 익숙치 않은 몸에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었고, 아마 제가 모르는 제 자신이 사다 놓았을 돋보기가 하나쯤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노화하는 것은 끔찍했고, 할 수만 있다면 젊었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전에 일단 손자의 원고부터 읽어야겠죠. 안경은 벽에 걸려있던 스웨터 주머니에 있던 것을 꺼내 쓰고 대충 휘리릭 넘겨보기 시작했습니다. Mar이 거실을 들락날락 하는 것을 봤는데ㅡ아직도 아름답더군요ㅡ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붙들고 글자들을 읽어내려가는 행위에 집중했습니다. 제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 단정지을 수 없었거든요.
사촌들과 형제들이 놀러온 것 같았습니다. 조카들도요. 그의 아들들도 있을지도 몰랐습니다. 크리스마스인가? 얼굴모를 어른들 몇 쌍과 아이들이 현관복도를 따라 왁자지껄하게 걸어가는 것을 엿보는 새 그 중에는 제 아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이제는 어른이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현관 밖으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다같이 썰매를 타러 나가는 듯 하덥니다.
곧, 더 이상 읽지 않은 종이뭉치가 없어졌을 때, 손자를 불렀습니다. 위에서 계단을 타고 황급히 내려와 거실로 뛰어들더군요. "어땠어요?"
"글쎄, 끔찍했지." 한 점의 거짓없이 사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쓰잘데기 없이 끔찍했던건 아니야. 이 소설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네 또래처럼 행동한단다. 그건 아직 네가 어려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반면에 소설의 진행에 있어서 탄탄함은 나무랄데가 없었지."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가 뱉고는 이어 말했습니다. "이게 공포로 끝맺을 줄은 몰랐다는 게 읽으면서 가장 컸던 반전이었다."
그도 인정한다는 듯이 끄덕였습니다. "시간이라는 개념에 비추어 미래를 재조명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는 언제나 음울하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희망적이지 않다는 걸요. "
"그걸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린 것도 같구나." 그 말을 뱉으면서, 좋은 생각이 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네가 공포소설에 푹 빠져있는 것 같긴 한다만, 혹시 기이한 존재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니?"
"물론이죠! 그런 종류의 것들이라면 닥치는대로 읽고 있어요."
조심히, 거실과 통하는 출입구들을 눈으로 흝듯 확인했습니다. 아까 본 것처럼 모두들 밖에서 노느라 바쁜 와중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지금껏 제가 겪어온 일들을 남에게 하나하나 작지만 거친 목소리로 토해냈습니다. 막힌 둑이 터지는 것처럼 제 의식의 파편들까지, 전부.
십대소년 치고는 꽤나 잘 받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정말로요?"
"그렇단다."
일생 일대의 부탁을 들어주는 어른의 굳은 눈빛을 한 손자를 보았습니다. "제가 한 번 찾아볼게요. 어떤 게 나오는지 한 번 보자구요. 할아버지는 지금껏 경험했던 일들을 전부 빠짐없이 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데이터를 산출해내는 거죠. 어쩌면 부서진 정신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그려볼 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와. "괜찮은 생각이로구나." 솔직히 말해 놀랐습니다. 꽤나 체계적이었고, 이렇게 진지한 답변을 해줄 것 이라고는 기실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걸 다 적으셨다고 하면, 또 이제 어디에 두어야할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는 복잡한 얼굴로 미간을 찡그렸습니다. "나중에 제가 모아서 같이 할아버지의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패턴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전 다시 희망이라는 것을 맛봤습니다. "계단 아래는 어떠냐? 거긴 아무도 가질 않잖니."
"좋아요." 그는 계단을 살펴보기 위해 거실을 떴습니다. 그를 유심히 지켜보니, 계단 근처를 주먹을 가볍게 쿵쿵 두들기덥니다. 데이터들을 놔둘 공간이 있을까 알아보는 것이었겠지요.
조금 뒤에 손자는 상자 하나를 들고 와서는 카펫에 내려놓고 앉아 열어서 종이 몇 뭉치를 살펴봤습니다. 그러고는 외치기를. "오, 세상에!"ㅡ아, 하지만 물론 정확히 세상에! 를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십대잖아요.
저도 깜짝 놀라서 손자의 언행을 혼낼 생각도 못하고, 충격 속에 눈을 몇 번 깜빡였습니다. "설마 이걸 내가 다 쓴거니?"
궁금증에 가득찬 얼굴로 저를 올려보았습니다. "오, 그런 것 같네요. 그래도 아직 데이터를 다 쓰기는 쓰셔야 해요. 그래서 계단 아래에 이것들 뒤에 넣어 놓는게 맞겠죠." 종이를 내려다 보고는 상자를 도로 닫았습니다. "일단 이 기록들은 안 보시는게 맞는 것 같아요. 혼란스러워지실 수도 있고, 할아버지가 직접 기록들을 쓰실 때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까요."
별다른 말 없이 저는 순순히 수긍했습니다. "알았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계단 아래엔 거의 쉰 상자는 넘게 있었던 거 아세요? 똑같이 종이로 채워져서요. 다 읽으려면 꽤나 걸릴 것 같았는데." 전과 비교될 정도로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 제가 이 부서진 인생에서 구해드릴게요. 나 말고는 아무도 못할 것 같거든요."
눈물이 제 볼을 타고 떨어졌습니다. 차마 마른 눈에서 물 한두 방울 쯤 떨어지는 것조차 제가 막을 길은 없었습니다. 저를 완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매번 인생의 순서가 뒤바뀌고 구멍이 생겨버린 끔찍한 고문을 홀로 견디며 이렇게 외로운 줄 몰랐습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얘야."
그러고는 다시 어려졌습니다. 직장에 나간 어느 화요일 쯤이었습니다. 슬픔과 안도가 지나간 후에, 그 자리를 분노라는 감정, 그리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가 채웠습니다. 일을 다 끝내고 나서 종이 몇 장을 가져와 제 삶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마다 공백이 생기고, 그리고는 며칠, 몇 시간 단위로 쪼개졌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적어내렸습니다. 순서대로 계단 아래에 상자 속에 넣어두었습니다. 제일 바깥쪽에 위치한 상자는 서른 번째 상자였고, 가장 깊숙한 곳에는 첫 번째 상자가 자리잡았습니다. 아마 쉰 번째 상자를 넣어두었을 쯤에, 시간의 공백은 분 단위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ㅡ그 때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이 상자를 읽는 건 결국 제가 아닌 손자에게 달렸다는 것을요.
머리가 아파 하던 것을 잠시 내려두고 시선을 돌렸습니다. 바뀌어가는 의식의 강 속에 몸을 버티고 흐름에 저항하는 짓 따위는 더 이상 견디기 고통스러웠습니다. 제가 알던 이름들과, 장소들과, 날짜들과, 직장들과, 색들과, 그리고 사람들은 전부 다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부정당하고 있었으니까요.
제 꼬인 인생 중에 통틀어 지금의 몸이 가장 늙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깥에 눈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니 희미한 감각이지만 어떤 남자가 방을 들어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할아버지! 드디어 알아냈어요!"
너무 노쇠한 몸은 작은 움직임에도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네가 그때 그 아이니? 내 손자냐?"
"예." 그 남자는 저를 이상한 기계들로 가득찬 방에 대려가 저보다도 두 배는 더 큰 거울 앞의 고무 의자에 앉혔습니다. "패턴이 보였어요."
"얼마나 이 현상을 조사해온거냐?" 경악해서 물었습니다. "나처럼 너도 인생이 부서졌다고는 제발 말하지 말하다오."
그 애의 얼굴은 돌처럼 차가웠고 분노가 느껴질 만큼 확고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결과는 제 인생이 부서지는 만큼의 가치가 있을거에요." 쇠파이프처럼 생겼지만 속은 꽉 채워진 쇠막대 두 개를 각각 제 팔에 가까이 가져다 대고는 거울에 비치는 저를 보고 얼굴을 끄덕였습니다. "보세요. 이 파이프는 전기를 전도시키는데, 충격이 조절될테니까 아프시진 않을거에요."
푸른 전기가 아까 전의 이상한 기계에서 파지직하며 뿜어져 나오더니, 들고있던 쇠봉으로 흘러들어가 충격을 주었지만 깜짝 놀랬다뿐이지 손자가 말한 대로 아프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거울 속에서 희미한 잔상이 제 머리와 어깨 위에서 나타나 이리저리 빠르게 바람 앞의 종이인형처럼 휘둘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전류가 그 것의 속을 이리저리 파장을 일으키며 움직이며 짧게 제 인생을 망가뜨렸던 주범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거머리처럼 툭 불거져나온 주둥이가 제 뒤통수를 감싸 제 눈가를 지나 귀를 막았고, 민달팽이처럼 생긴 몸통은 제 어깨를 꽉 옥죄다가 제 영혼을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기생충이었습니다.
제 생각을 먹고 자란.
이제는 다 자라 어른이 된 손자는 겁에 질려 떠는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잠시 후에 제게 묻더군요. "그걸 떼어내려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를거에요. 마음의 준비가 되셨길 바래요, 할아버지."
진정되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Mar은 집 안에 있니?"
그의 얼굴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아뇨. 최근 몇 년 동안은요."
그의 반응을 보고 무언가 일어났음을 직감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일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어째서?"
"이미 충분히 이야기 한 것 같은데요," 손자가 말하기를, "정말 알고싶으세요? 기분이 안 좋아지시면 안 좋아지시지 나아질 건 없을텐데요."
눈물이 제 눈에서 흐를 듯이 가득 채웠습니다.
"그렇다면 신경쓰지 않아. 아프던, 죽던 Mar이 없는 시간을 난 살고 싶지 않다. "